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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점지 기원 기자의례·기자불공과 밀접
미륵이 사찰로 들어오면서 석불여래로 변화
제주시 동회천동 화천사(주지 성철스님) 경내에는 제주지역의 민간신앙을 불교가 포용한 대표적 문화유산이 남아있다. 바로 ‘오석불’이다.
이곳에서는 불자들 뿐 아니라 마을 사람 누구나 석불을 만나기 위해 화천사를 찾는다.
생로병사를 초탈한 부처님처럼, 혹은 후덕한 이웃 할아버지처럼 5개의 석불 모두 각각 다른 표정을 짓고 있지만 투박하면서도 인심 좋은 제주사람의 얼굴이 그대로 표현돼 있다.
오석불은 지난 2002년 ‘제주시문화유산’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동회천동에서는 마을제를 드리는 대신 예로부터 화천사 석불단에서 석불제를 지내왔다. 석불제의 신명(神名)은 ‘석불열위지신(石佛列位之神)’이며 정월 초정일(初丁日)에 제를 지내는데 제관 이외에 아무도 제에 참석할 수 없다.
이 마을제는 형식상 유교식이다. 그러나 제물의 경우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떡·과일·채소 등을 올리는 것을 보면 민간 신앙적 요소를 지닌 불교식 마을제임을 알 수 있다. 마을사람들은 제일(祭日) 3일 전부터 마을입구로 통하는 대여섯 곳에 금줄을 치고 제관인 경우 3일 동안 돼지고기와 술을 금하는 등 지극한 정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곳 석불제가 다른 마을의 포제와 다른 점은 제를 지낼 때 석불에 송낙(松蘿)을 씌워 종이 옷을 입히고 실로 허리를 맨다는 점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석불은 가사와 송낙을 쓰고 백팔염주를 목에 건 스님이거나 심방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석불제는 명과 복을 이어주는 무속의 기자의례, 불도맞이굿의 ‘원불수륙제(願佛水陸祭)’를 굿이 아닌 불교식 마을제라는 형식의례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 마을제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성격을 지닌 것은 여성 위주의 무속적 당굿이 남성 위주의 유교적 의식으로 바뀐 형태라 볼 수 있다.
제주지역 대부분의 미륵불은 민간신앙화하여 모셔지고 있다. 그러나 회천동은 민간신앙으로서의 미륵신앙을 다시 사찰 경내에 들여와 불교화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오석불은 마을의 안녕과 아이를 무사히 낳고 기르게 해달라는 ‘기자 신앙’과 ‘마을 공동체신앙’이 고려시대 제주 민중불교의 흔적이 사찰 경내에 남아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오석불은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됐던 초기 형태의 원형에 가깝다는 점에서 학문적 연구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오석불은 사찰에서 한가롭게 자리를 지키는 듯 보이지만 이곳을 찾은 수많은 중생들의 번뇌를 씻어주며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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